해미순교성지
- 가을의 기도 2014.10.08
`가을의 기도'
"신이여
얼굴을 이리 돌리옵소서
못내 당신 앞에 벌받던 여름은 가고
기도와 염원으로 내 마음 농익는
지금은 가을
노을에 젖어 고개 수그리고
긴 생각에 잠기옵느니
여기 이토록 아름차게 비워진 나날
가을엔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.
신이여 가을엔
기도드리게 하옵소서
바람 속에서
바람에 불리우다 불현 듯 더워오는 눈시울
주체할 길 바이 없으니
이제금 홀로인 그분과 나와
가을엔 사랑해야 하겠습니다.
신이시여 가을엔
사랑하게 하옵소서
경건히 보다 경건히
요적의 눈빛으로 마주 바라보는
계절은 가을
신이시여 당신과 나 사이에
그분과 나 사이에
한 아름의 들국화를 두게 하옵소서
보라빛 흰빛의 소담스런 국화가
피어도 있고
피면서도 있게 하옵소서
가을은 돌아가는 계절
푸른 하늘 아래
나도 몰래 내가 멈춰서는 계절
문득 멈춰서서 다시 보면
나는 혼자인 나
가을은 제각기 혼자인 계절
신이시여
얼굴을 이리 돌리옵소서."
김남조(시인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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